중앙행정기관 44곳·공무원 9,929명 세종 이전…대한민국 행정지도가 바뀐다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10-14 03:23:10

정부, 2027년 27개 기관 우선 이전…2031년까지 17개 기관 청사 신축 후 이전
법무부·성평등가족부·금융위원회부터 외교부·국방부·경찰청까지 이전 대상 포함
재외동포청도 2027년 세종행…인천의 행정기능 약화 우려와 지역균형발전 논쟁
청사 건립비 약 3조1천억 원…법 개정·행정 효율성·국민 불편 최소화가 관건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세종특별자치시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대규모 행정기관 재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 대상 공무원은 정원 기준 9,929명으로, 약 1만 명에 달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경찰청 등 주요 중앙행정기관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한민국 행정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행정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해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주요 부처의 대규모 이전에 따른 비용과 행정 효율성, 대국민 서비스 접근성, 지역별 파급효과 등을 놓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2027년 27개 기관 우선 이전…나머지는 2031년까지
정부가 공개한 이전 대상 기관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이전 대상은 44개 기관, 9,929명이다.

이 가운데 2027년 이전 대상은 27개 기관, 2,995명이다. 이들 기관은 세종지역의 민간 건물을 임차해 우선 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반면 수사·보안·관제 등의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독립청사가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청사를 신축한 뒤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7년 이전 대상에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기관으로, 실제 이전 시점은 법 개정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을 우선 이전하고,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와 각종 위원회 및 소속기관 등의 이전을 추진한다.

■ 외교부·국방부·경찰청도 이전…독립청사 건립 추진
2031년까지 이전할 17개 기관에는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경찰청을 비롯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주요 기관이 포함됐다.

이들 기관은 국가안보와 수사, 보안 등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청사와 보안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 신축 대상은 크게 형사사법기관, 법 개정이 필요한 외교·안보 부처, 청사 신축 또는 부처 연계 이전이 필요한 소속기관으로 구분된다.

형사사법기관에는 감사원,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가 이전 대상이다.

국립국제교육원과 국사편찬위원회,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경찰위원회, 국립외교원, 국방홍보원, 국방전산정보원, 감사연구원 등도 신축 또는 연계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기관의 이전에는 청사 건립뿐 아니라 보안체계 구축과 정보통신망 이전, 관련 기관 간 협업체계 재정비 등이 수반될 전망이다.

■ 청사 건립에 약 3조1천억 원…재정 부담과 효과 검증 필요
이번 이전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신규청사 건립에 필요한 비용은 약 3조1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청사 신축에 관한 추산액으로, 임차료와 이사비, 정보통신시스템 이전, 직원 정착 지원 등 전체 사업비와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비용 대비 행정 효율성 개선 효과와 장기적인 재정 부담에 대한 검증이 요구된다.

또한 기관별로 별도 청사를 신축할 경우 토지 확보와 설계, 공사 일정 등에 따라 실제 이전 시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31년 이전 완료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정비와 예산 확보, 청사 건립 일정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재외동포청 세종 이전…인천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이번 이전계획에는 인천에 자리한 재외동포청도 포함됐다.

재외동포청은 2027년 상반기 세종으로 이전하는 6개 기관 중 하나로 분류됐다.

재외동포청은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관련 정책과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주요 국제관문도시로, 재외동포청 유치 당시부터 국제 접근성과 재외동포 관련 서비스의 연계 가능성이 강조돼 왔다.

따라서 재외동포청의 세종 이전은 단순한 기관 소재지 변경을 넘어 인천이 구축해 온 재외동포 관련 행정·교류 기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청 이전 이후 인천지역에 어떤 민원·교류 기능이 남는지, 재외동포의 행정서비스 접근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재외동포청 이전과 별개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제행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역사회의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외동포청과 별도의 이민 전담 행정기관은 정책 목적과 법적 기능이 서로 다르다. 향후 이민행정 조직의 신설이나 인천 유치는 별도의 정책 결정과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기관도 있다
정부 자료에는 이번 44개 이전 대상 외에 추후 검토 대상으로 분류된 7개 기관도 제시돼 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 소재 국가정보원, 특별감찰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관은 대통령실과의 업무 연계성 등을 고려해 향후 이전 여부를 검토할 대상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추후 검토 대상 7개 기관을 이미 이전이 확정된 44개 기관에 포함해 계산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3대 헌법기관 역시 이번 이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향후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기관으로 제시됐다.

■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별개
이번 발표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계획에 관한 것이다.

정부가 별도로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는 대상과 추진 절차가 다르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세종시의 행정기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산업 육성, 혁신도시 기능 강화 등을 주요 목표로 한다.

정부는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 350여 곳에 대해서도 지방이전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개별 공공기관의 이전 대상 여부와 최종 입지는 별도의 심의와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중앙행정기관 44곳의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 350여 곳의 지방이전 검토를 하나의 확정된 이전사업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세종 중심 행정체계 확대…국민 편익이 최종 평가 기준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대한민국 행정체계의 공간적 재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종에 중앙행정기관이 집적되면 부처 간 협업과 정책 조정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민원인의 접근성 문제와 기존 기관이 수행해 온 지역 연계 기능의 약화, 공무원과 가족의 주거·교육·생활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국가안보와 외교, 수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된 만큼 이전 과정에서 업무 연속성과 보안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이전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 성과는 이전 기관 수나 공무원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 따른 행정 효율성 개선 여부, 국민의 행정서비스 접근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기관별 업무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은 건물과 인력을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이 더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고 국가 전체의 행정 효율성이 높아질 때 비로소 정책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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