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경기국제공항 신설 논란…수조 원 투자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10-22 07:58:35

추미애 경기도지사, 국제공항 유치 연구용역 재개…화성·평택·이천 3개 후보지 검토
경기도 “전액 국비 추진” 강조하지만 국가재정도 국민 세금…기존 공항 활용·항공수요·복지예산 우선순위 검증해야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수도권 항공정책의 경제성과 재정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산업과 첨단 항공화물 수요를 근거로 경기국제공항 유치 의지를 밝혔다. 중단됐던 후보지 분석 및 배후지 개발전략 연구용역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국제공항 건설비를 전액 국비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가가 건설비를 부담하더라도 사업의 경제성과 공공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경기국제공항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새로운 공항의 건설 가능성뿐 아니라 기존 인천·김포공항의 활용 여력, 군 공항과의 관계, 항공수요의 실체, 접근 교통망 구축비,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경기도에 공항이 없다? 군 비행장과 민간 여객공항은 구분해야
추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경기도의 반도체 생산과 첨단 항공화물 수요를 언급하며 공항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경기도에 항공시설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남에는 서울공항으로 알려진 서울공항기지가 있고, 수원에는 군 비행장이 있다. 평택 지역에는 오산 공군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이들 시설은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장으로, 일반 국민이 정기 여객항공편을 이용하는 민간공항과는 기능이 다르다.

따라서 경기국제공항 논의의 출발점은 '경기도에 공항이 없다'는 단순한 표현보다 '경기도에 일반 여객과 항공화물을 처리할 민간 국제공항이 필요한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이어야 한다.

기존 군 비행장을 민간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군 공항은 국가안보와 작전 수행이 우선되는 시설인 만큼 민항기 취항이 곧바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군 작전구역과 민간 항로의 분리, 활주로 운영, 보안시설, 여객터미널 설치, 군 공항 이전계획과의 연계 등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처럼 지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은 주민 수용성과 군사적 타당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화성·평택·이천 후보지…공항 부지 확보가 끝이 아니다
경기도가 검토해 온 경기국제공항 예비 후보지는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곳이다.

현재 재개된 연구용역은 후보지별 입지 여건과 배후지 개발전략 등을 분석하는 단계다. 이는 실제 공항 건설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제공항 건설에는 활주로와 유도로, 계류장, 여객·화물터미널뿐 아니라 접근도로, 철도, 전력·통신시설, 항행안전시설 등 대규모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공항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토지보상비가 발생할 수 있고, 주변 지역의 소음피해 대책과 환경영향평가,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공역 조정도 뒤따른다.

입지가 정해지더라도 주변 지역의 개발계획과 주민 의견이 충돌하면 사업 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공항 건설비만 산정할 것이 아니라 보상비와 연계 교통망, 환경대책, 장기 운영비까지 포함한 총사업비를 공개해야 한다.

반도체 항공화물 수요, 신공항 건설의 충분한 근거인가
경기도가 내세우는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의 항공화물 수요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신속하게 운송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항공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산업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항공화물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새로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구분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국제 항공화물과 장거리 항공 네트워크가 집중된 국내 최대 허브공항이다. 항공사는 화물 물동량뿐 아니라 국제선 운항 빈도, 환적 연결성, 화물 처리시설, 지상운송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항한다.

경기도에 국제공항을 신설하더라도 항공사와 화물운송업체가 실제로 운항 거점을 이전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반도체 항공화물 가운데 어느 정도가 현재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는지, 신공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기존 공항보다 물류비와 운송시간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항이 기존 항공화물 수요를 단순히 분산하는 데 그친다면 막대한 시설투자에 비해 추가 편익이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공항의 처리능력이 부족하고 신규 공항이 뚜렷한 물류비 절감 효과를 입증한다면 신설 논의에 경제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핵심은 산업 규모 자체가 아니라 실제 항공수요와 경제적 편익이다.

공항 접근시간 82분…신공항보다 교통망 개선이 효율적일 수도
추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경기도민의 공항 접근시간이 1시간 22분으로 서울과 인천보다 길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도민의 공항 접근성 개선은 중요한 교통정책 과제다.

다만 접근시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이 최적의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도는 남북으로 넓고 지역별 교통 여건도 크게 다르다. 경기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 주민의 인천·김포공항 접근시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김포국제공항은 행정구역상 서울 강서구에 있지만 경기도 김포시와 인접해 있으며, 김포골드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수도권 광역철도와 공항버스, 도로망을 확충하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지 않고도 상당수 주민의 이동 편의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공항을 건설하더라도 실제 국제선 노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도민들은 여전히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할 수 있다.

결국 접근성 문제는 공항의 행정구역상 소재지보다 실제 이용 가능한 항공편과 이동시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과 수도권 공역 문제도 고려해야
국제공항은 활주로만 갖춘다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와 화물 물동량이 집중된 공항에 노선을 개설하고, 환승객과 환적화물이 모일수록 항공편의 연결성이 높아진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러한 집적효과를 바탕으로 국제 항공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왔다.

수도권에 또 다른 국제공항을 건설할 경우 인천공항의 기능을 보완할 것인지, 일부 수요를 분산할 것인지, 독립적인 항공물류 거점으로 운영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공역 문제도 중요하다.

수도권 상공에는 인천·김포공항의 민간 항공교통과 군 비행장 운영에 필요한 공역이 함께 존재한다. 신규 공항 입지에 따라 기존 항로와 군 작전 공역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항공안전과 공역 수용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 시설투자 이후에도 운항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경기도 재정 비상 속 신공항 추진…예산 우선순위 논쟁
경기국제공항 논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다.

경기도는 2026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노인·장애인 등 복지 관련 사업 214건에 대해 감액 편성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전액 삭감 64건 240억 원, 일부 감액 150건 2,200억 원으로, 총 2,440억 원 규모였다.

이는 2025년 말 본예산안 편성 단계의 수치로, 이후 도의회 심의와 예산 복원 여부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당시 경기도는 재정 여건 악화와 국비 연계 사업에 필요한 지방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설명하면서 일부 예산의 복원을 추진했다.

2026년 8월에는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경기도는 이러한 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노인 장기요양, 학교급식, 결식아동 지원 등 민생 필수사업에 우선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5,465억 원 전체를 복지예산 삭감액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형 국책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장애인 돌봄, 보육, 교통약자 이동지원, 소방 안전 등 주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사업은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다.

“전액 국비”라지만 국민 세금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경기도는 지난 21일 경기국제공항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전액 국비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공항 건설은 국가사무에 해당하므로 경기도의 재정위기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입장은 지방재정과 국가재정의 부담 주체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액 국비 추진 방침이 곧 중앙정부의 사업 승인이나 예산 지원 확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비 사업이라 하더라도 다른 국가사업과의 투자 우선순위, 경제성, 공공성, 재정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공항 건설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과 주변 도로·철도, 지역개발, 주민지원 사업에 지방재정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분담 구조를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신공항과 기존 공항 개선, 같은 기준에서 비교해야
경기국제공항 논의가 합리적인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세 가지 대안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해야 한다.

첫째는 화성·평택·이천 등 후보지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항공수요와 물류 편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환경·주민 피해와 건설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기존 군 비행장의 이전 또는 민군 공동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군사적 제약이 크지만, 기존 항공시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인천·김포공항으로 연결되는 철도·도로·공항버스 등 접근 교통망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짧은 기간에 주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들 대안은 공항 건설비뿐 아니라 실제 여객·화물 수요, 평균 이동시간 절감 효과, 운영비, 환경영향, 안보 문제 등을 포함한 비용·편익 분석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 목표 자체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목표가 타당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조 원 규모의 신규 공항 건설이 최선의 정책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공항 건설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넘어 장기간 추진되는 국가 기반시설 사업이다. 단기적인 정치적 성과보다 장기적인 항공수요와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기도와 정부는 경기국제공항의 예상 사업비, 항공수요 전망, 기존 공항과의 역할 분담, 접근 교통망 개선 대안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복지와 소방 안전 예산을 둘러싼 논란 역시 단순히 신공항 추진에 대한 찬반으로 연결할 것이 아니라, 각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 부담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공항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행정구역 안에 국제공항이 있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할 비용보다 더 큰 편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있어야 한다.

경기국제공항의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추진할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반대로 기존 공항과 교통망을 개선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면 그 대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항의 숫자가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하며 경제적인 항공교통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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