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드립니다”…추미애 경기지사, 사과의 진정성마저 논란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10-17 20:44:42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나흘 만에 사과…“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해명에 비판 확산
순직 소방관 빈소에서 나온 조건부 사과 표현…책임 인정과 공직자의 언어 도마 위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빗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지 나흘 만에 공식 사과했지만, 사과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을 놓고 진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는 발언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사과라기보다 사과 요구에 응하는 형식적 입장 표명처럼 들릴 수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추 지사는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어서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정부의 소방 재정 부담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상의 실수였으며 소방관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추 지사는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관련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설명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경기도는 해당 발언이 소방공무원 개인이나 조직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 부담을 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조직을 '재정 빨대'에 비유한 표현은 소방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여기에 지난 16일 부천의 한 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김진석 소방위가 중상을 입고 17일 끝내 순직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으며, 김민석 대표 역시 17일 소방관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추 지사에게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

추 지사의 직접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사과가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기보다 해명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쟁점은 단순히 사과의 유무가 아니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이라는 표현은 발언 자체의 부적절성보다 상대방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또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말은 사과의 출발점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식인지, 외부의 요구인지 의문을 남긴다.

물론 추 지사는 표현상의 실수를 인정했고, 소방관 처우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재정 부담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는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는 정책 과제다.

그러나 정책적 문제 제기의 타당성과 이를 전달하는 공직자의 언어는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방관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공직자의 사과는 발언의 원래 의도를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받은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지사는 고 김진석 소방위의 희생에 걸맞은 예우와 유족 지원을 약속했다. 경기도는 고인의 장례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하고 19일 영결식을 엄수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공직자의 사과가 갖춰야 할 책임과 태도에 관한 질문을 남기고 있다.

사과를 요구받았기 때문에 하는 사과와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먼저 책임지는 사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소방관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지금, 정치적 공방에 앞서 고인의 희생을 기리고 남겨진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을 위로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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