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행에 수난 당하는 영종도 ‘스마일게’…무분별 채집에 서식지 훼손 우려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09-08 07:59:26

주말마다 도둑게 찾아 영종도 방문…출입 제한구역 침입·수목 뿌리 훼손까지
운남동 1755번지 45만8천㎡ 인천시 소유 공원…“정밀 생태조사·보호대책 마련해야”
개발과 환경보전 공존해야…영종갯벌 보호지역 지정 필요성도 제기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인천 영종도의 해안공원 일대가 SNS에서 이른바 ‘스마일게’로 불리는 도둑게를 잡으려는 방문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영종도 도둑게 출현 장소가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차량을 몰고 영종도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생태관찰을 넘어 일부 채집객들의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채집통을 들고 씨사이드파크 데크길 주변 등 출입이 제한된 공간까지 들어가 나무 아래를 살피거나 돌과 흙을 뒤집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굴속에 숨어 있는 도둑게를 찾기 위해 수목의 뿌리 주변까지 파헤치는 경우도 있어 공원 생태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두 마리를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개체를 한꺼번에 채집해 가져가는 행위가 반복될 경우 특정 지역의 개체군과 서식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일게’ 인기의 역설…관찰 대상에서 채집 상품으로

도둑게는 현재 법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아니다.

하지만 법정보호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원 내 서식처 훼손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둑게를 잡기 위해 수목 주변을 파헤치거나 출입 제한지역에 들어가는 행위는 도둑게 포획 여부와 별개로 공원 관리와 생태환경 보전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다.

도둑게는 해안과 인접한 육상지역에서 생활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도둑게의 출현은 육상 녹지와 해안, 갯벌이 연결된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최근 도둑게가 관찰된 인천 영종구 운남동 1755번지의 경우 국토교통부 일필지정보상 지목이 ‘공원’이며 면적은 45만8,163㎡다.

소유자는 인천광역시로 확인된다.

인천시가 소유한 대규모 공원부지에서 야생생물 채집을 목적으로 한 서식환경 훼손이 반복된다면 관리기관 차원의 현장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도둑게만의 문제 아니다…영종갯벌 생태가치 주목

이번 논란은 도둑게 한 종의 보호 문제를 넘어 영종도에 남아 있는 해안과 갯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영종 동측 갯벌에서는 그동안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지속적으로 확인돼 왔다.

특히 영종2지구에서는 2020년 조사 당시 약 9만5천㎡ 규모의 갯벌에서 최대 200만 마리에 이르는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흰발농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면서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저어새를 비롯한 법정보호 조류와 다양한 철새가 영종갯벌을 이용한다는 점도 영종갯벌의 보전가치를 뒷받침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영종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다만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등과 맞물리면서 보호지역의 범위를 놓고 개발과 보전 사이의 논의가 이어져 왔다.

환경이냐 개발이냐…이분법 넘어 ‘보전의 선’ 정해야

영종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공항도시다.

공항경제권 확대와 기업 유치, 관광·주거·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개발은 필요하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의료·교육·문화시설 확충 역시 도시 성장과 연결돼 있다.

그렇다고 개발을 위해 남아 있는 갯벌과 해안생태계의 가치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환경이냐 개발이냐’라는 양자택일보다 어디까지 개발하고 어디부터 반드시 보전할 것인지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운남동 공원과 인접 해안·갯벌을 대상으로 한 정밀 생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도둑게의 분포와 개체수뿐 아니라 흰발농게 등 법정보호종, 조류, 저서생물, 염생식물 등을 함께 조사해 공원에서 해안과 갯벌로 이어지는 생태축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조사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 확인된다면 출입 및 채집 관리, 생태보호 안내시설 설치는 물론 습지보호지역이나 해양보호구역 등 법적 보호제도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잡는 관광’ 아닌 ‘보는 생태관광’으로

SNS를 통해 도둑게가 알려지는 것 자체는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다.

어린이와 가족들이 영종도를 찾아 갯벌과 야생생물을 직접 관찰하는 것은 생태교육과 지역관광의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보는 것’과 ‘잡아가는 것’의 차이다.

도둑게를 직접 잡아 채집통에 담는 관광 대신 자연 상태에서 관찰하고 촬영하는 생태관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요 서식지에는 안내판과 관찰공간을 마련하고,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은 출입과 채집을 관리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영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을 통해 성장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개발하고 무엇을 지켜냈는가도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SNS에서 웃는 모습 때문에 ‘스마일게’라는 별칭을 얻은 작은 도둑게가 그 인기 때문에 영종에서 사라지는 역설은 막아야 한다.

개발할 곳은 제대로 개발하되 지켜야 할 자연은 더 늦기 전에 지켜야 한다.

인천시와 영종구가 무분별한 도둑게 채집 실태를 점검하고 운남동 공원과 영종갯벌에 대한 체계적인 생태조사와 보호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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