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서 작성…대법원 “행정사법 위반” 유죄 확정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09-16 14:38:06

어린이집 임대차 중개 과정서 권리금 1,900만원 ‘컨설팅계약서’ 작성
계약서 작성 관련 수수료 명목 250만원 받아…1심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대법원 “권리금은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대상물 아냐”…2024도1766 상고 기각
권리금 중개대상물 포함 개정안은 2026년 9월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 심사 중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임대차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은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행정사법 위반죄를 인정한 판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쟁점은 공인중개사가 적법하게 부동산 임대차를 중개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서까지 작성할 수 있는가였다.

대법원은 이를 허용되는 공인중개사 업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24도1766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어린이집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합계 2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어린이집 임대차 중개와 함께 1,900만원 권리금 계약서 작성

사건은 2020년 어린이집 임대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인중개사인 피고인들은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어린이집 영업과 관련한 이른바 ‘컨설팅(인가용역·시설·권리)계약서’를 작성했다.

관련 판례 해설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약의 권리금 규모는 1,9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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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1,900만원은 권리금 계약금액이고, 250만원은 피고인들이 받은 수수료 명목의 금액이다. 대법원이 공개한 사건 개요에는 수수료가 합계 25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검찰은 공인중개사가 행정사 자격 없이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업무를 업으로 했다고 보고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유죄’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22년 11월 11일 행정사법 위반죄를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법원은 어린이집 양도에 관한 컨설팅계약이 실질적으로 영업권 양도 및 이에 따른 권리금계약에 해당하고, 해당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가 행정사법에서 규정하는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2024년 1월 17일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 제2부는 2024년 4월 12일 2024도1766 행정사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핵심은 ‘권리금이 중개대상물인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중개대상물의 범위’다.

공인중개사법은 토지와 건축물, 그 밖의 토지 정착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권·물건 등을 중개대상물로 규정한다.

그러나 영업시설이나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영업과 관련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는 법정 중개대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도 권리금계약이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대상물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행정사가 아닌 공인중개사의 권리금계약서 작성이 행정사법상 ‘다른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원심의 유죄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봤다. 

행정사법은 ‘권리·의무 관련 서류 작성’ 규정
행정사법은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행정사의 업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동시에 행정사가 아닌 사람은 다른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러한 업무를 업으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공인중개사라는 직업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된 권리금계약서 작성 행위가 공인중개사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해 허용되는 업무인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근거로 모든 권리금 관련 상담이나 모든 부동산 거래 부수행위가 일률적으로 행정사법 위반이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실제 사건에서는 어린이집 임대차 중개와 함께 별도의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받은 구체적인 행위가 판단 대상이었다.

판결 이후 국회는 오히려 ‘업무범위 확대’ 논의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반대 방향의 입법 논의도 시작됐다.

민홍철 의원 등 10인은 2024년 9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3656)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대상물에 권리금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 제안이유에는 대법원 2024도1766 판결까지 명시돼 있다. 발의자들은 상가건물 권리금계약이 임대차계약에 부수해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해 직역 간 업무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제시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행법을 앞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별도의 입법 논의다.

해당 법안은 2024년 9월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고 같은 해 11월 13일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2026년 9월 현재 공개된 국회 입법정보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가 아니라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로 확인된다. 

현행법 기준으로 실무상 주의 필요

따라서 현 시점에서 부동산 실무 종사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동산 임대차계약 중개’와 ‘권리금에 관한 별도 계약서 작성’을 동일한 업무로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명칭을 ‘컨설팅계약서’로 정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법률관계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명칭보다 실제 내용이 영업권 양도와 권리금에 관한 권리·의무를 정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 업계에서는 상가 임대차 실무에서 권리금계약이 함께 이뤄지는 현실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으며, 이러한 입장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도 반영돼 있다. 

결국 대법원 2024도1766 판결은 현행법상 공인중개사의 권리금계약서 작성 범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인 동시에, 공인중개사와 행정사의 업무영역을 법률로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 논의를 촉발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관련 판결 :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4도1766 판결
1심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2. 11. 11. 선고 2022고단577
항소심 : 수원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2노6573
관련 법안 :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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