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선 새우젓이 나지 않는다…그런데 왜 19년째 ‘새우젓축제’일까
우경원 기자
k01083510007@gmail.com | 2026-09-09 21:43:38
2007년 구의회서도 “마포에 새우젓 안 나잖아요?”…태생부터 정체성 논쟁
옛 마포나루 아닌 상암 월드컵공원서 개최…2010년 의회도 “아이러니”
제19회 맞은 2026년, 이제는 ‘왜 마포나루인가’를 축제 현장에서 보여줄 때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의문이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포구가 축제를 구상하던 2007년 11월 마포구의회에서도 이미 같은 질문이 나왔다. 회의록에는 “우리 마포에 새우젓 안 나잖아요?”라는 질의가 등장한다. 강경이나 소래 등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새우젓을 가져와 판매한다면 결국 생산지를 홍보하는 축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제기였다.
그럼에도 마포구는 새우젓을 선택했고 2008년 첫 축제를 열었다. 그 이유는 새우젓의 ‘생산’이 아니라 ‘유통’의 역사에 있었다.
과거 마포나루는 한강 수운을 통해 각종 물자가 서울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이었다. 곡물과 소금, 젓갈과 해산물이 배를 타고 마포나루에 들어왔고 서해안에서 생산된 새우젓 역시 한강을 따라 올라와 마포에서 거래된 뒤 서울과 경기 내륙으로 유통됐다.
따라서 마포와 새우젓의 관계를 ‘마포산 새우젓’로 이해하면 축제의 출발부터 설명하기 어렵다. 마포에서 새우를 잡거나 새우젓을 생산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생산된 물자가 모이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새우젓이 마포를 거쳐갔던 것이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꾸면 마포는 새우젓 생산지가 아니라 물류와 도매의 거점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축제로 만들 수 있느냐는 논쟁은 첫 행사를 앞두고도 이어졌다. 2008년 1월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에서는 새우젓이 과연 마포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축제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다시 질문이 나왔다.
당시 집행부는 축제 명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논의가 있었음을 설명하면서 과거 마포가 나루와 유통의 중심지였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새우젓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마포나루가 가졌던 역사적 기능을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마포구가 내세운 축제의 논리는 분명했다. 새우젓이 마포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축제를 여는 것이 아니라 새우젓이 마포나루를 거쳐 서울과 내륙으로 유통됐기 때문에 축제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축제 이름은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인데 정작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옛 마포나루가 아닌 상암동 월드컵공원이다.
이 문제 역시 최근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10년 10월 19일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는 마포나루의 새우젓을 브랜드화한 축제가 정작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리는 상황을 두고 “아이러니하게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당시 한 의원은 마포나루터 일대에 축제를 개최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행사가 열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옛 나루 일대에 ‘마포나루공원’을 조성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마포구 역시 첫 축제를 준비하면서 장소 문제를 고민했다. 2008년 1월 의회 회의록을 보면 용강동 일대와 망원유수지, 한강시민공원, 월드컵 일대 등 여러 후보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옛 마포나루 주변이 적합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찾는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교통과 행사장 면적, 기반시설 등 현실적인 조건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역사적 장소와 현실적인 행사공간 사이에서 월드컵공원이 선택됐고 이러한 구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제19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역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름에는 ‘마포나루’가 있지만 축제 현장은 옛 마포나루가 아니다.
그렇다면 장소의 역사성을 그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행사장에서는 최소한 왜 상암에서 ‘마포나루’를 이야기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연결고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축제 규모는 첫 행사 이후 크게 성장했다. 2016년 마포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2008년 첫 축제는 새우젓 판매부스 10곳과 먹거리부스 8곳, 예산 1억8000만원 규모로 출발했다. 2016년에는 새우젓과 지역특산물, 먹거리, 전통체험 등을 합쳐 102개 부스로 확대됐고 예산도 4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당시 마포구가 추산한 방문객은 약 65만명이었다.
그러나 축제가 성장하는 동안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2016년에도 마포구의회에서는 방문객 수와 행사 규모뿐 아니라 축제가 마포의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20년 가까이 반복된 질문은 결국 하나다. 2007년에는 마포에서 새우젓이 생산되지 않는데 왜 새우젓축제를 하느냐고 물었다. 2008년에는 새우젓이 마포를 대표할 수 있는 소재인지 따졌다. 2010년에는 마포나루 축제를 왜 상암에서 개최하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2016년에는 축제에 마포의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축제는 성장했지만 정체성을 둘러싼 질문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돈 셈이다.
마포나루 새우젓축제가 단순히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새우젓을 가져와 판매하는 행사라면 굳이 마포에서 개최해야 할 이유는 약해진다. 실제 새우젓 생산지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마포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새우젓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새우젓이 ‘모이고 거래됐던 역사’다. 이것이 다른 지역의 새우젓축제와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를 구분하는 핵심이다.
따라서 판매부스와 먹거리, 공연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한강 수운과 마포나루, 상인과 장터의 이야기가 사라진다면 ‘마포나루’라는 축제 이름의 의미도 함께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해안에서 생산된 새우젓이 어떤 뱃길을 따라 한강으로 들어왔고, 마포나루에서 누구에게 거래됐으며, 다시 서울과 내륙으로 어떻게 유통됐는지를 축제 현장에서 제대로 보여준다면 새우젓은 마포의 도시사를 설명하는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 차이는 크다. 하나는 전국의 새우젓과 특산물을 가져다 판매하는 가을장터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수운과 서울의 상업·물류 역사를 되살리는 ‘마포나루 축제’다.
2026년 제19회를 앞둔 지금 마포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축제가 19회째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마포나루의 역사가 계승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는지, 새우젓을 얼마나 판매했는지, 어떤 공연과 프로그램이 마련됐는지도 축제의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왜 전국의 수많은 지역 가운데 마포가 ‘새우젓축제’를 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마포가 가진 차별성은 새우젓의 생산지가 아니라 한강을 통해 물자가 모이고 다시 서울과 내륙으로 흘러가던 유통의 관문이었다는 역사에 있다.
더구나 축제가 역사적 무대인 옛 마포나루가 아닌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개최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그 연결고리를 축제 콘텐츠로 보여주는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2007년 마포구의회에서 나왔던 질문은 19년이 지난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마포에 새우젓 안 나잖아요?”
당시 마포구는 이미 답을 내놓았다. 마포가 새우젓 산지여서가 아니라 나루와 유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제19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가 그 답을 축제 현장에서 보여줄 차례다.
왜 새우젓이고, 왜 마포이며, 왜 ‘마포나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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