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일보 우경원 기자]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 또는 교육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가 대한민국 합동군 교육의 상징성과 실질적 기능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최근 삼군사관학교 통합과 대전 유치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필자는 또 다른 선택지로 경남 창원시 진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해는 대한민국에서 해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도시다. 현재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해군의 주요 부대와 시설이 밀집해 있다. 도시 곳곳에 대한민국 해군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러나 진해를 단순히 ‘해군의 도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과거 진해에는 해군대학뿐 아니라 육군대학도 자리했던 역사가 있다. 공군사관학교 역시 진해에 있었던 시기가 있다. 대한민국 육·해·공군의 군사교육 역사가 한 공간에서 교차했던 매우 상징적인 지역인 셈이다.
그렇다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거나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국가적 구상을 추진할 때 진해를 후보지로 함께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육군사관학교는 육군의 전통을, 해군사관학교는 해군의 전통을, 공군사관학교는 공군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세 학교를 한곳에 모은다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각 군의 정체성과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미래 전장은 육·해·공군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연결되는 합동작전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 역시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
진해는 이러한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다.
바다가 있고 해군이 있다. 진해에는 공군과 연계할 수 있는 항공 인프라가 있으며, 경남과 부산권에는 방위산업 기반도 집적돼 있다. 무엇보다 육군대학과 해군대학, 공군사관학교가 존재했던 군사교육의 역사적 배경까지 갖고 있다.
특히 현재 해군사관학교가 있다는 점은 중요한 자산이다.
기존의 군사교육 인프라와 역사적 전통을 활용하면서 육·해·공군 사관생도가 일정 기간 함께 교육받고, 다시 각 군의 전문교육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합동사관학교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해군 항공정비 부사관으로 8년 넘게 군 생활을 했다.
그래서 육·해·공군이 각자의 전문성과 전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동시에 현대전에서는 어느 한 군만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미래의 장교들은 임관하는 순간부터 육군, 해군, 공군이라는 개별 군의 시각을 넘어 대한민국 국군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부동산이나 지역 균형발전 논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와 군사교육의 효율성, 합동성, 각 군의 역사와 전통, 훈련환경, 기존 군사시설과의 연계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육·해·공군의 역사와 전통이 함께 교차하고, 삼군이 공존하는 미래 군사교육의 상징적 공간을 찾는다면 과연 진해보다 적합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
대전이 가진 국방과 과학기술 인프라의 장점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삼군사관학교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논의한다면 대전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진해를 비롯한 다양한 후보지를 놓고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진해는 단순한 해군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군사교육의 역사가 살아 있고, 지금도 해군사관학교가 그 전통을 이어가는 도시다.
육·해·공군이 함께 배우고 미래 대한민국의 국방을 설계하는 곳.
삼군사관학교 통합이 정말 필요하다면, 그 역사적 상징성과 군사적 환경을 갖춘 진해 역시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다.

[저작권자ⓒ 한국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